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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장애인 지옥 한국에서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07-08-13 10:04
조회수
5,637

본문

장애인 지옥 한국에서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다
[초보 기자의 장애체험 ③] 휠체어 타고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 참가
보도 중간의 턱과 맨홀 뚜껑, 깜박이는 파란 불의 보이지 않는 위협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7. 08.02. 11:38
임동현 기자가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시작했다. ⓒ위드뉴스

'장애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기자는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 거리를 왔다갔다 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고충과 함께 장애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두 편에 나누어서 장황하게나마 기사를 썼다.

단 몇 시간만의 체험으로 장애인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을까? 기자가 겪었다는 고충은 장애인들이 현실에서 겪는 고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도 못 미쳤다.

매주 수요일마다 장애인들은 한 시간동안 광화문 횡단보도를 도는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한다. 그간 귀와 입으로는 왜 하는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지만 정말 왜 그들이 이 캠페인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직접 휠체어를 타고 참여하기로 생각한 때까지만 해도, 그저 기자는 지난 번 '장애체험'의 연장으로만 생각했고 '횡단보도 건너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캠페인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기자의 단순함은 이날 확실히 깨져버렸다.

"여긴 오기가 힘들어서 다들 늦게 올 거야"

장애 체험을 했을 때 사용한 수동 휠체어를 들고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내내 휠체어가 움직이지 못하게 손잡이를 꼭 잡고 있어야 했다.

수요일 오후,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한 날씨가 오히려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했다. 하늘도 이 행사의 성공을 바라는 모양이다.

청계천 보도에서 신호를 건너는데 그 날 따라 우툴두툴한 청계천 보도 바닥이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동에서도 느낀 거지만 왜 길을 이렇게 우툴두툴하게 만든 것일까?

그냥 멋으로? 휠체어 타는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게 온 몸으로 느껴졌다.

동아일보 빌딩 앞에 오니 몇몇 장애인 활동가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기다린다.

광화문 일민회관 앞에 모여있는 캠페인 참가자들 ⓒ위드뉴스


동아일보 옆 일민미술관에서 나오는 10대 소녀들 몇몇의 인상이 좋지 않다. 한 학생의 "장애인들이네"라는 말이 내 귀에 크게 들린다. 정말 그들 때문일까? 설마.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취재를 하면서 더불어 보도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휠체어 조작이 대단히 서툴러 자칫 캠페인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다행히 편집장님이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에 부탁해 활동보조인이 휠체어를 밀어주기로 되어 있어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었다.

예정 시간인 12시가 다 되도록 참가자들이 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조금 기다려보지. 광화문 역은 오기가 좀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늦게 올 거야." 한 장애인 참가자의 말이었다.

과연 12시를 조금 넘기자 시간에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모인 참가자들이 약 30여명이다.

처음부터 '덜컹', 쉽지만은 않은 횡단보도 건너기

활동보조인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횡단보도 건너기를 시작했다. 잠시 활동보조인이 다른 중증장애인의 용변을 해결하러 갔기 때문에 기자는 조금 늦게 출발을 했다.

'덜컹', 첫 시작부터 어째 이상하다. 낮다고 생각되던 보도블록 턱에 휠체어가 부딪힌 것이다. 활동보조인이 휠체어를 살짝 들어 지나갈 수 있게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애인들을 찍어야하는데 초점 맞추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서서 찍고 판단할 때와 앉아만 있어야하는 상태에서 찍는 것과는 역시 차이가 있다. 내가 판단하는 구도가 잘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 카메라의 배터리가 나가면서 사진을 계속 찍지 못하고, 한 장씩 드문드문 찍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능숙한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구도로 사진을 잘 찍던데... 이건 휠체어의 문제가 아니라, 기자의 실력에 큰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다.

교보빌딩 앞 횡단보도, 다시 '덜컹' 소리가 났다. 길의 중간 지점에 있는 횡단보도의 턱이 높았던 것이다.

광화문은 생각보다 파란 불이 켜지는 시간이 길었지만, 대신 중간중간 턱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다.

광화문우체국 앞 횡단보도에는 맨홀 뚜껑이 있어 방향을 잘못 잡으면 덜컹거리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장애 체험 때도 느낀 것이지만, 장애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생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짧은 파란 신호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으로 방치된 턱과 도처에 있는 맨홀 뚜껑 등의 보이지 않는 장애물들이 바로 횡단보도 건너기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고생하신 활동보조인, 알고 보니 중증 장애인

깜박거리는 신호등은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을 더 부추긴다. 켜지자마자 내려가도 어느 새 파란 불을 깜박이며 '빨리 안 가냐?'라고 장애인들을 몰아세우는 것 같다.

재빠르게 장애인들을 이동시키려는 경찰도 신호가 걸리려하자 "다음 신호로 가세요"라고 막는다. 평소에도 저렇게 관심을 보였으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시간이 나서 활동보조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기자 때문에 이 더운 날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분도 2급 중증 장애인이라고 한다.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마친 후 다시 동아일보 건물 앞에 모여 약식행사를 갖기 전 쿠기를 먹고 있는 참가자들 ⓒ위드뉴스

한 시간 여에 걸친 횡단보도 건너기를 마치고 출발지였던 동아일보 빌딩 앞으로 참석자들이 모두 모였다. 주최측이 제공한 음료와 쿠키를 먹으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기자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인사를 받는 사람 또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낯익은 사람이든 아니든 "수고하셨습니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무서운 일들

'장애인연금제 도입하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하라', '지적장애인 지원법 개정하라', 참가자들의 휠체어에 걸린 검은 피켓에 적혀있는 말이다.

흔히 이 사회는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려'라는 명목으로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했던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장애인을 감옥과도 같은 시설에 '구속'시켜 죽어서야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한 폭압적 사회구조는 언제나 화제거리다. 비리와 성추행이 끊이지 않는 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좀비처럼 하루종일 바닥에 누워 지내고, 화장실에도 제때 가지 못해 일주일치 똥을 속에 쌓아 두었다가 누곤 한다.

이런 시설에 대해 우리는 '복지 시설'이라는 걸맞지 않은 이름을 달아주었다. 장애인을 위한답시고 늘린 시설과 매년 늘어나는 비리 시설은 비장애인을 위한 복지 시설일 뿐이다.

활동보조인을 붙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돕는다면서 활동보조 시간을 제한해, 1-2시간 활동보조를 받고 나면 나머지 23시간은 어떻게 생활해야할지 막막하게 만들었다.

활동보조인 없는 활동보조인 제도 아래 중증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살아보라는 게 과연 '자립생활'인지 의심하는 시민들이 반드시 증가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주택 우선권을 준다면서 편의시설도 설치되지 않고 또 설치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임대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최저생활비도 안 되는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면서 정작 장애인은 이 최저 임금조차 합법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의 희망에 기자도 감염되다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에 참여한 장애인, 얼굴 표정에서 굳센 의지가 읽혀진다. ⓒ위드뉴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혼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임을 포기한 행위고, 혼자 살게 하는 것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자세다.

광화문에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조화되어 사람답게 살겠다고 외치는 것은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노무현 차별 정부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30여명의 장애인은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 행동을 조직하여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해 턱에 걸리고 경사로에서 넘어질 뻔해도 그들은 혼자 가고 혼자 일어서려 했다. 헌법의 기본권을 보장받는 국민으로 당당하게 살려는 굳센 의지가 광화문 횡단보도 10바퀴를 돌게 만들었다.

기자가 이번에 한 장애 체험은 직접 몸으로 느낀 체험이기보다는 미래의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땀 흘리는 장애인과 호흡하며 가슴으로 느낀 장애 인식 체험이었다.

조금씩 뜻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행사를 끝내는 모습. 그랬다. 그들의 희망은 기자에게도 감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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