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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언론 | [보도자료] [주부가 간다] 이미용 봉사대 '가위손'
작성자
ppakong
날짜
10-08-20 23:53
조회수
8,039

본문

어르신들 무료 이미용 12년…우리가 할머니 됐어요

 
아침부터 방화6종합사회복지관 앞이 어르신들로 붐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12년 역사를 자랑하는 주부 이미용 봉사대 '가위손' 회원들이 동네 어르신들의 머리를 예쁘게 손질해드리는 날. 분주한 손놀림과 함께 할머니들의 모양내기가 시작됐다.
◆ "기다리는 어르신 계시니 쉴 틈 없어요"
파마 약 냄새 물씬 나는 복지관의 지하 작업실, 커다란 거울 앞 의자에 발그레 상기된 표정으로 줄지어 앉은 할머니들의 파마가 한창이다. 가는 빗으로 머리칼을 촘촘히 잡아 파지로 싸매고 로드(머리를 돌돌 마는 파마용 도구)에 감아 고무줄로 고정하는 솜씨가 여느 미용사 못지않다. 바쁜 손놀림 와중에 말 걸기가 무안해 차례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니 '가위손' 회원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저마다 칭찬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새해 달력이 나오면 맨 먼저 하는 게 있어요. 파마 하는 날 찾아 동그라미 치는 것." 순번이 적힌 번호표를 꼭 쥐고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할머니 한분이 큰 소리로 말했다. "50번 넘게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는 이 분은 명실공히 가위손의 단골손님이다. 또 다른 할머니가 말을 보탠다. "여자는 머리가 인물이잖우?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머리 어디서 했냐고 물어요. '가위손'이라고 말해 주면 또 물어, 그 미장원이 어디 있냐고." 할머니의 재치 있는 가위손 자랑에 여기저기서 함박웃음이 터진다. 잠시 쉴 틈도 없어 보이는 회원들. 가위손의 회장 권영순(53)씨는 "우리 손길을 마냥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차마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미용 자격증 갖춘 11명 봉사대원들
오늘 예약 손님은 모두 서른여덟 명,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파마를 마치려면 시간이 빠듯하기만 하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예약 손님 수가 훨씬 늘어 복지관 1층 복도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그래도 회원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찾아주는 어르신들을 보며 다시금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가위손 회원들과 마주할 수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처음 가위 잡을 땐 우리도 참 젊었었는데 어느덧 할머니가 돼가니…" 유모차에 탄 조카에게 밥을 떠먹이던 권씨가 지난날을 회상한다. 주위 곳곳에서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종아리를 두드려대는 회원들을 보니 이들의 바쁜 하루가 얼추 짐작된다.
가위손의 회원은 모두 11명. 이들 중 현재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심(44)씨 외에는 모두가 전업 주부다. 하지만 모두가 이미용 자격증을 가진,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미용실을 차리거나 취직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파마가 거의 끝나갈 무렵, 플라스틱 바구니를 든 할머니들 행렬이 줄을 잇는다. "뭘 이리 깨끗하게 헹궈 오셨어요? 저희가 할 텐데요." 회원 김혜옥(54)씨와 이옥화(49)씨가 문 앞으로 얼른 달려가 받아든 바구니 속에는 머리 말 때 쓰는 로드와 고무줄, 파지가 말끔히 씻긴 채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에이, 그냥 모르는 척 해주. 이거라도 우리가 도와야지." 뽀글뽀글 갓 말아 올린 펌 머리 할머니들이 아기처럼 해맑게 웃으며 바구니를 건넨다. 이제 규칙처럼 돼버린 할머니들의 '미용재료 씻어주기'는 처음 온 분들께도 잘 전수될 정도라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2년째 무료 이미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위손 회원들. 가장 왼쪽 박정심씨,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영순, 지명심, 최성숙, 강금석, 이옥화, 고영옥, 김혜옥씨.
◆"봉사요? 우리가 배우고 감동받죠"
다 끝났나 싶더니만 권씨가 나서 회원들에게 조목조목 챙길 것을 당부한다. "이발기랑 가위 빠짐없이 잘 챙겨 오시고요. 수건도 넉넉히 챙겨 오셨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니 이틀 후는 할아버지의 이발이 있는 날이란다. 회원들은 자신이 봉사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배우고 감동받는 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권씨는 가위손 활동을 하며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묶어 책을 엮어낼 계획도 밝혔다. "화상으로 양손가락을 잃었지만 항상 밝은 모습의 할머니, 늘 차례를 양보하시는 새터민 할머니, 한강수타령을 구성지게 잘 부르시는 민지네 할아버지 등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는 일들이 많아요. 머리를 손질해드리며 일어난 일에 대해 빠짐없이 적고 있는데 언젠간 꼭 책으로 내고 싶어요."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용이다. 미용 도구들이 은근히 값이 나가는 탓에 낡은 도구를 제때 새것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단다. "어르신들 덕분에 이제 눈감고도 파마와 커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며 활짝 웃는 이들, 밝은 미소가 세상 어느 빛보다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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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분 리포터 | 사진 = 염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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