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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쩌다보니> 프로젝트로, 청소년 32명에 '유기농 생리대' 후원하는 여민선씨 자매…"필요한 대형생리대에, 너무 부드럽고 좋아요, 아이들 만족도 높아"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가격은 부담이다. 청소년 98%가 "월경용품 가격이 비싸다"고 했고, 74.7%는 "비싸서 구매를 망설인적이 있다"고 했다(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5월 발표).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오죽하랴. 생리대가 비싸 '신발 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아이 사연이 2016년 알려졌고, 이후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 한해선 매달 1만1500원의 바우처가 주어진다(2021년 기준). 그러나 여전히 생리대 구입 비용이 부족하단 지적이 많다. 또 그런 국비 지원을 받는 여성청소년조차 7%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선씨와 여지은씨 자매는 평소 여성청소년들의 생리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과거 '깔창 생리대' 기사를 본 뒤 두 사람은 "우리가 펀딩을 해서 기부해볼까", 그런 얘기를 나눴다. 두 자매가 여성청소년에 대한 생리대 후원 프로젝트를 벌이기로 했다. 이름은 <어쩌다보니>로 정했다.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봉사해왔던 방화6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했다.1년에 두 번, 네이버 해피빈으로 후원 1000여만원을 받아 두 번에 걸쳐 각각 6개월치 유기농 생리대를 청소년 32명(1차: 28명, 2차: 32명)에게 줬다. 한 번 주고 마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후원한다. 생리대 뿐 아니라 6가지 여성물품(여성청결제, 속옷전용세제, 생리통약, 파우치, 청결티슈, 위생팬티)도 함께 전달했다. 초경을 시작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생리대 4종, 파우치 등 초경세트도 마련했다.복지시설 종사자도, 사회복지사도 아닌 평범하고 따뜻한 자매는 왜 생리대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을까. 26일 오후, 유선인터뷰를 통해 여민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원이라고 일괄적인 게 아니라…아이들이 원하는 '맞춤형 생리대'로
형도 : 눈에 띄었던 건, 후원하신 게 '유기농 생리대'였다는 점이었어요.
민선 : 검증되지 않은 저렴한 생리대가 아니라, 안전하고 좋은 생리대를 편히 썼으면 싶었어요. 가격이 비싸더라도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쓰는 거잖아요. 생리대 후원하는 곳이 많지도 않지만, 어떤 생리대를 기부하는지 알 수 없더라고요.
형도 : 직접 써보고 좋은 제품을 선별하기까지 했다고요.
민선 : 동생이 성분을 까다롭게 봐요. 여러 종류를 쓰는데, 안 좋은 생리대를 쓰면 피부가 짓무르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환경 호르몬 문제도 있을 것 같고, 아이들은 더 중요할테고요. 피부가 얼마나 연약하겠어요. 더 좋은 생리대를 썼으면 싶었지요.
형도 : 생리대 품질 뿐 아니라 크기도 다양한 걸 보면, 고민을 많이 하셨구나 싶어요.
민선 : 기부를 위해, 복지관에서 청소년들의 생리대 사용 상황을 인터뷰해주셨어요. 대형생리대나 오버나이트가 많았음 좋겠단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복지관 등 민간 기관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생리대는 보통 중형으로 일괄적인 경우가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등 크기가 다양한 생리대를 다 지급하기로 했어요.
형도: 맞춤형 후원이네요. 그런데 유기농 생리대면 비쌀텐데, 후원금이 모자라진 않으셨어요?
민선: 좋은 제품을 선정한 뒤에 해당 기업에 기부 취지를 설명하고 할인해줄 수 있냐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라엘 유기농 생리대를 후원했는데, 다행히 라엘에서 할인해줬어요. 할인 전 가격으로 따지면 6개월치가 16만원 정도 돼요.
"생리대 너무 부드럽고 좋아요", 아이들 만족도 높아
형도: 실제 후원 받아서 썼던 아이들 반응도 궁금한데요.
민선: 우선 생리대가 너무 부드럽고 좋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이들도 몰라서 못 샀거나, 비싸서 못 썼던 거지 써보니까 몸이 다 아는 거더라고요. 또 대형 생리대를 쓰니까 밤에 안 새고 좋다고도 하고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생리가 새면 더 민감할 거잖아요.
형도: 아무렴요, 그만큼 고민하고 후원한 물품이니 더 그렇겠지요.
민선: 한 청소년이 그러더라고요. 생리대만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요. 그러니 여성청결제나 속옷전용세제 같은 건 구매할 생각도 못했다고요. 선물을 보니 처음 본 물품도 있고 양도 넉넉하다고 했어요. 저희한테 필요한 게 뭔지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고요. 고맙다고요.
형도: 다양한 크기의 생리대를, 몰랐던 제품을 쓴다는 것도 의미가 깊어보여요.
민선: 그럼요, 엄마가 사다주는 생리대를 일방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고요. 생리대 유형이 여러가지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쓰려면 본인에게 어떤 타입이 맞는지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성교육도 진행하려고 해요. 학교에서 생리대 가는 게 부끄럽다고 갈지 않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2~3시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는데요.
프로젝트 이름, '어쩌다보니'란 말에 담긴 바람
형도: 프로젝트 이름을 <어쩌다보니>로 하신 이유도 궁금해요.
민선: 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속적으로 하다가 확장하고 싶었거든요. 동생이 "언니, 어쩌다보니로 정하자"고 하는 거예요. 우리 지금 정말 어쩌다보니 하게된 것 아니냐고요. 후원해주는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된 것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요.
형도: <어쩌다보니>란 말 좋네요.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어, 그렇게 들려서요.
민선: 그렇죠. 특별한 이유나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 우연히 좋은 일을 하고, 그럼 행복하고 즐겁고, 그런 정도로요. 사람들에게 '기부 꼭 해라' 그런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요.
형도: 그 정도 생각만 품어도, 주변이 훨씬 더 환해질 것 같아요. '선한 영향력'이란 게 그렇거든요.
민선: 제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방화복지관에서 봉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도왔던 아이들이 "저 이제 돈 벌어요"하며 프로젝트에 후원하기도 하거든요. 이 아이들도, 우연히 또 좋은 일을 하게 된 거지요.
형도: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민선: 프로젝트를 몇 번 더 진행하면서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후원 물품을 고르거나, 아이들을 선정하는 법이나, 업체에 연락하는 방법 등에서요. 아마 한 2년쯤 걸릴 것 같아요. 그럼 기부 금액도 늘리고, 지방이나 산간지역 아이들까지 돕고, 사각지대를 더 발굴하고요. 큰 목표는 10~20년이 걸리더라도, 저희 브랜드가 들어가면 맘 편히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